영화 <삼진 그룹 영어 토익반> 리뷰-*

시대적 배경 1995년, 그 시대를 살아온 이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그 시절이 새로운 이들에게는 90년대 레트로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어 보는 이들을 흥미롭게 할 요소들이 많이 등장했다. 거대하게 큰 컴퓨터, 레트로풍 글꼴, 촌스럽지만 감각적인 90년대 유행하던 헤어스타일과 패션, 공중전화와 삐삐 등 감수성을 자극하는 요소로 충분했다.

이자영(고아성), 정유나(이솜), 심보람(박혜수) 세 친구들은 삼진이라는 대기업의 경리로 일하고 있는데, 상고 출신의 직장여성이라는 사회적위치에 놓여 당시 여성으로서 당당할 수 없는 주변 인식들에 둘러쌓여 지금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.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은 한 사람으로써 당시 직장여성들이 견뎌야 할 무게가 컸음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. 세계화에 발맞추고자 토익열풍이 불어닥치고 토익 600점을 넘기면 대리로 특진시켜준다는 공고가 뜨자, 세친구들을 포함한 삼진의 여직원들은 영어 공부에 매진하게 된다. 연차가 쌓여도 늘 말단, 결혼하면 경력이 단절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당당한 여성으로써 지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등장한 것이다.

한편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날, 자영(고아성)은 삼진 공장이 있는 한 시골에 방문했다가 하수장에서 폐수가 방류되는 모습을 목격하게된다.
하천에 죽어있는 물고기떼, 병들어가는 농작물과 마을 주민들을 본 자영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친구들에게 알리게되며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게 되는 에피소드가 그려진다. 내부고발이라는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스토리를 이들의 용감하고 당돌한 캐릭터의 모습으로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스토리로 풀어낸다.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회의 부조리를 바꾸기 위해 두려움을 넘어선 용기로 다가서는 모습에서 멋짐을 느꼈고 저 상황이라면 나는 어땠을지, 어떤것이 더 옳은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.

다만, 예상되는 전개와 매력있는 캐릭터들이지만 밋밋하게 풀어지는 수사과정이 아쉬움으로 남았다. 어떻게 보면 90년대 감성 그대로 지금보다 순수했던 방식으로 그려나가기 위한 장치로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조금 더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었으면 좋았을것 같기도 하다. 90년대 힙한 을지로 감성을 그대로 연출한 장면들은 보는내내 눈이 즐거웠고, 무거운 내용을 가져왔지만 다른 내부고발을 다룬 영화보다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.
기억에 남는 대사는 삼진그룹 부장(김종수)이 심보람(박혜수)에게 남긴 대사인데,
"사람들이 이만큼, 저만큼이라고 정해놓은 것에 들어가려 애쓰지말고 그냥 네가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아봐." /
"세상이 갈수록 더 안좋아지는 것 같지? 그런데 옛날이 참 좋았다고 말하기에는 그 시절을 살아보지도 않았으면서 그 시대를 겪은 사람들에겐 너무나 무책임한 말인 것 같아." / 참 마음에 와닿고 여운이 남는 대사였다.
점점 추워지는 겨울, 거리두기로 힘든 요즘. 잔잔하지만 작은 반전과 통쾌함이 있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일상 속에 재미를 추가해 보면 어떨까.
*이미지출처 - 네이버
'리뷰 > 영화·드라마' 카테고리의 다른 글
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'스위트홈' 가이드 (0) | 2020.12.20 |
---|